해외 시그널

CBAM, 다른 나라는 어떻게 대응하나: 국가별 움직임과 한국 시사점

핵심 요약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대응하는 인도·튀르키예·중국의 움직임과, 여기서 한국 수출·공급망 기업이 읽어야 할 시사점을 정리합니다. 개별 기업 수치가 아니라 '국가·업종 차원의 방향'과 '지금 준비할 것'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해외 시그널 · 2026년 6월 21일 · 6분 소요

제조업 수출기업 담당자가 요즘 가장 자주 듣는 단어가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입니다. 이름은 길고 복잡하지만, 출발점은 하나의 단순한 원칙입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며 만든 제품은 EU에 들어올 때 비용을 더 낸다." 이번 글에서는 이 제도에 각국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한국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살펴봅니다.

왜 생겼나 — '탄소 누출'을 막는 장치

EU는 2005년부터 자국 기업에 탄소 규제를 적용해 왔습니다. 탄소를 배출하면 배출권을 사서 비용을 내야 하는 구조입니다. 환경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었지만, EU 기업 입장에서는 제조 원가가 오르는 부작용이 따랐습니다.

그러자 일부 기업이 규제가 느슨한 나라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그런 나라에서 제품을 사다 쓰기 시작했습니다. EU 안에서는 탄소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다른 나라에서 배출되는 것입니다. 지구 전체로 보면 탄소가 줄지 않습니다. 이것을 탄소 누출(Carbon Leakage)이라고 부릅니다.

EU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CBAM을 만들었습니다. "EU로 들여오는 수입품에도 EU 기업과 같은 수준의 탄소 비용을 매기겠다"는 것 — 일종의 탄소 관세입니다.

쉽게 이해하는 CBAM — 청바지 두 공장 비유

같은 청바지를 만드는 두 공장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아래 숫자는 원리를 설명하기 위한 가정 예시입니다.

구분A공장 (재생에너지 생산)B공장 (석탄 발전 생산)
생산 방식태양광·풍력석탄 발전
제품당 탄소적음많음
원가상대적으로 높음상대적으로 낮음

예전에는 원가가 싼 B공장 제품이 당연히 유리했습니다. 하지만 CBAM이 적용되면, B공장 제품이 EU 세관을 통과할 때 '추가로 배출한 탄소'에 대한 비용이 붙습니다. 결국 저탄소로 만든 A공장 제품과의 가격 차이가 좁혀지거나 역전됩니다.

"싸게 만들려고 탄소를 많이 배출하던 방식"이 더 이상 유리하지 않게 되는 것 — 이것이 CBAM의 작동 원리입니다.

국가별 대응 — 세 나라의 서로 다른 선택

CBAM에 대한 각국의 대응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생산 방식 자체를 저탄소로 바꾸는 산업 전환, 다른 하나는 자국 탄소가격제를 도입해 비용의 흐름을 바꾸는 정책 대응입니다.

Impact · 국가·업종 차원의 대응 방향을 일반화한 예시 — 개별 기업 사례가 아닙니다

인도 — 저탄소 생산으로 전환

변화 없음

철강 업계의 산업 차원 움직임

  • EU 수출 비중이 큰 철강이 석탄 기반이라 탄소집약도가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음
  • 전기로(EAF) 등 저탄소 생산 방식으로 옮겨가는 흐름
  • 핵심 동기는 "EU 시장 진입 유지"

튀르키예 — 자국 탄소가격제 도입

이득

선제적 정책 대응

  • EU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철강·시멘트·알루미늄 수출 의존도가 높음
  • CBAM 발표 이후 자국 배출권거래제(ETS) 도입을 추진하는 움직임
  • "어차피 낼 탄소 비용, EU가 아니라 자국 재정으로" 전략

중국 — 재생에너지 기반 생산 확대

변화 없음

알루미늄 업계의 전환 움직임

  • 석탄 기반 생산이 많아 탄소집약도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짐
  • 수력 등 재생에너지 기반 생산 비중을 늘리려는 흐름
  • "어디서·어떻게 만들었는가"가 수출 경쟁력을 가른다

튀르키예 사례가 특히 중요한 이유 — CBAM에는 "수출국에서 이미 낸 탄소 비용만큼은 EU에서 공제한다"는 규칙이 있습니다. 자국에서 탄소세를 이미 냈다면 EU 수출 시 이중으로 물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튀르키예는 이 규칙을 활용해, 어차피 낼 탄소 비용이라면 그 돈이 EU로 빠져나가지 않고 자국 재정으로 들어오게 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수출기업의 시사점

한국 정부도 이와 유사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배출권거래제(K-ETS)를 CBAM이 인정하는 구조로 맞추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기업 차원에서 CBAM의 직접 영향을 받는 업종은 EU 집행위가 정한 6개 품목입니다.

CBAM 직접 대상 6개 품목
철강·철강제품 · 알루미늄 · 시멘트 · 비료 · 전력 · 수소

이 업종에 속한 기업이라면, EU로 수출되는 제품에 대한 제품별 탄소 배출량 보고가 이미 요구되고 있습니다. 더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간접 경로입니다. EU에 직접 수출하지 않는 소재·부품 기업이라도, 1차 수출 대기업에 납품하는 공급망 안에서 CBAM 데이터 요청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 비용과 데이터 부담은 결국 제품 가격 경쟁력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같은 회사, 같은 제품이라도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따라 수출 경쟁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지금 시작해야 하는 3가지 이유

첫째, 데이터 준비에 시간이 걸립니다. CBAM 대응의 기본은 제품별 탄소 배출량 데이터입니다. 원재료 투입부터 공정 에너지 사용, 폐기물 처리까지 전 과정 데이터를 수집해야 하며, 처음 하는 기업은 통상 6개월에서 1년가량이 필요합니다.

둘째, 재생에너지 전환은 즉시 되지 않습니다. 배출량을 줄이려면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높여야 하는데, REC·PPA·자가발전 등은 모두 계약부터 이행까지 시간이 걸리는 수단입니다.

셋째, 늦어질수록 비용이 올라갑니다. 재생에너지 수요는 늘고 관련 조달 가격은 상승 추세이며, 정부 보조금은 축소되는 방향입니다. 지금의 대응이 몇 년 뒤의 대응보다 대체로 저렴합니다.

우리 회사는 무엇부터 해야 하나

Roadmap · CBAM 대응 3단계 — 해당 여부 확인부터 감축 전략까지

  1. 1

    1단계

    약 1주

    해당 여부 확인

    EU로 직간접 수출하는 제품이 있는지, 6개 대상 업종인지, 1차 수출 대기업에 납품하는지 점검

  2. 2

    2단계

    1~3개월

    탄소 배출량 측정

    Scope 1(공장 내 연료)·Scope 2(구매 전력)를 원재료·공정 단위로 분해

  3. 3

    3단계

    3~6개월

    감축 전략 수립

    재생에너지 조달 포트폴리오(REC·PPA·자가발전) 설계와 배출량 보고 체계 마련

마무리 — 기업에너지전환센터의 시각

해외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다린 쪽은 밀려났고, 먼저 움직인 쪽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어떤 나라는 저탄소 생산으로 전환했고, 어떤 나라는 제도 자체를 바꿔 대응했습니다. 방식은 달라도 방향은 같습니다.

한국의 중소·중견 제조사도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닙니다. 오히려 EU 직접 수출 비중이 낮더라도, 공급망 안에서 간접 압박을 받는 기업이 훨씬 많습니다. 지금 데이터를 쌓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시작하는 기업이, 2028~2030년 시점에 공급망에서 살아남는 기업이 됩니다.

Sources · 본 글의 근거

본 글의 국가별 대응은 정책·산업 차원의 흐름을 일반화한 예시이며, 특정 기업의 실명 사례나 정량 수치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각국 정책은 변동 중이므로 실제 대응 시 최신 EU 집행위 공식 원문과 각국 정부 발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준혁

이준혁

오픈에너지 편집팀 · 해외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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